
“아직도 이것밖에 못 봤어? 에휴, 난 저쪽 의자에 앉아 있을 테니 다 보면 연락해.” 언젠가부터 미술관에서만큼은 ‘동행인’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이왕 찾아간 미술관이라면, 그림의 표면만 대충 보고 지나가기엔 아쉽지 않은가. 한 작품, 한 작품씩 정성껏 바라보다 보면 관람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면, 미술관 구석 벤치에서 죽을상을 한 채 널브러진 동행인(대개 남편과 아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빙글거리며 “미술관에 가자”라고 말하는 순간,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는 &ld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