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어느 날 비가 갠 흐린 아침, 서울 도심은 42.195km를 달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얼떨결에 추가 접수에 당첨되어 두 번째 풀마라톤을 뛰게 된 터라 나의 목표는 단순했다. 적당히 즐기면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완주하는 것.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는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달리면 중반 이후 체력이 고갈되어 완주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보수적으로 출발해,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온 구간을 제외하고는 점진적으로 페이스를 올리면서 안정적으로 완주할 수 있었다(자랑하자면 4시간 11분 53초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