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일하는 상담소에 자주 들러 상담을 요청하는 두 남자가 있다. 퇴직 공무원인 강씨는 늘 단정하게 빗어 넘긴 백발에 은은한 스킨향을 풍기는 신사다. 상담이 시작되면 그는 언제나 자신이 겪은 피해사례가 적힌 A4용지를 꺼낸다.거기에는 일터에서 자신이 사업주나 입주민에게 겪은 피해사례가 육하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나로서는 그가 겪은 피해사례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됐는지를 점검해 진정서 초안을 정리해 주는 정도의 수고만 하면 됐다.그는 언제나 사용자의 부당한 지시를 예상해 대화 내용을 녹취하고, 근무기록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둔다. 때문에 임금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