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길이 없다. 회의에 열중하다가 요란한 소리에 눈을 돌려 창밖을 봤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에 시야가 사라졌다. 동남아 나라들에서나 볼 것 같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덜컥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남극의 거대한 빙하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무너지고, 그린란드와 히말라야산맥에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며, 곧 멕시코 만류가 중단되어 유럽이 얼어붙을 것이고, 산불이 하와이 섬을 일부를 태워 버렸다는 뉴스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폭우는 물러가고 길 건너편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