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옷장 앞에 서서 ‘오늘 뭐 입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사랑했다. 가장 듣고 싶은 칭찬도 오늘 입은 옷 어디서 샀냐는 것이었다. 교복을 입게 되면서 몇 년간은 아침의 기쁨을 포기하고 살았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마음대로 옷을 입지 못했던 지난 세월을 보상하겠다는 듯이 옷을 미친 듯이 사기 시작했다. 버스 타고 갈 곳을 걸어가고, 1일 1식을 해가면서 옷을 사고 또 샀다. 순탄치 않았던 취업길에서 다시 부모님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나는 극단적으로 변했다. 예전의 나는 죽기 전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옷을 입어봐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옷을 사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