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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속보 제12호 – 해외자원개발, 공공기관역할 반드시 필요해

작성일
2016-05-20 1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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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정부가 5억원을 들여 발주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이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공청회 하루 전인 19일 발표된 용역결과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통폐합과 우량자산 및 사업분야 민간이관, 자원개발 전문기관 설립 등을 포함한 기능조정안이 담겨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MB정권시절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해외자원개발사업으로 인해 단기 성과를 강요받았고, 무리한 대형화와 인수합병으로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국제유가하락이라는 악재와 맞물려 현재 재무적 위험부담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이라는 명목하에 핵심자산을 매각하고 비축과 진흥분야를 제외한 실질적인 자원개발분야를 민간사업자에 이관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금일(20일) 오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해외자원개발협회 대강의실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축소를 골자로 하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비판이 한목소리로 이어졌다. 공공기관과 학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조차 해외자원개발분야에서 공공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연구용역결과에 대해서도 단기적 재무 위험도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일뿐, 중장기적인 자원개발 체계개편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토론에 나선 한국석유공사 이재웅 기획예산본부장은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시행과정의 오류와 경험부족에 의해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인정하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단기적인 손실과 부채를 이유로 전략비축물자인 석유개발의 당위성마저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개발사업은 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투자와 정책적 일관성을 가져야하는 특성으로 인해 민간사업자의 한계가 분명히 있으며, 자원개발분야를 합병하고 기관을 쪼개는 것이 아닌 공공기관의 역량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고호준 한국가스공사 해외사업처장은 기관간 합병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고 처장은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통합이 규모의 확대나 자원개발 중복 부분에서 일정부분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제유가회복과 기관 자체적인 재무위기 극복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통합기관의 부실화를 야기할 수 있으며,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위험부담이 한 기관에 집중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이정기 기획관리본부장은 “이번 용역결과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일본과 중국도 해외자원개발에 국영기업이 나서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에 무조건 공공부문의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국가정책과 용역결과에 더욱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인하대 신현돈 교수는 “공공기관의 처지를 보면 마치 20원주고 100원짜리 빵을 사오라고 시키는 ‘빵셔틀’이 생각난다”며 “낙하산 사장은 책임을 지지않고, 장관도 바뀌면 그만인 상황에서 공기업 직원들은 정부의 아바타처럼 시키는대로 하다가 기관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짤리는 신세”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자원비축의 당위성 측면에서 핵심개발사업을 민간으로 이관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해외자원개발은 향후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일관성을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헌 실장은 “현재 자원개발 공기업의 어려움은 정부정책과, 정부와 정치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공기업의 특성, 그리고 국제유가의 급락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며 “그간 쌓은 역량과 경험이 소실되지 않도록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는 “해외자원개발분야에서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는 서로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민간사업자는 공공부문과 같이 장기간 투자를 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기관이 충분히 역할을 해줄때 민간기업의 상황도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강성욱 원료그룹장도 “자원개발투자는 단기간의 실적이 아닌 긴 호흡으로 봐야한다”며 “포스코도 20년전에 투자한 브라질 광구에서 10년간은 손실을 봤으나, 그 이후에는 투자금액 이상의 수익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사회를 맡은 서울대 허은녕 교수는 연구용역결과에 대해 “전문가 입장에서 참고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자료”라고 평가절하했다. 허 교수는 “이번 용역보고가 공기업 경영평가인지 해외자원개발 분석인지 구별이 안된다”며 “이번 연구결과로 국가의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를 논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석유공사노조(위원장 김병수)와 한국광물자원공사노조(위원장 선승대) 간부들도 참석했다. 두 기관 조합간부들과 우리 연맹 사무처 간부 30여명은 공청회 시작전부터 해외자원개발의 실패를 공공기관 구조조정으로 덮으려는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고 항의 피켓팅을 벌였다.

 

공청회 도중 김병수 위원장은 “전문가 모두가 해외자원개발은 공기업의 주도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과오를 숨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자원개발산업에 대한 이해와 고민없이 공기업의 단기적 재무위기 해소를 위해 자산매각과 통폐합 운운하는 것은 자원개발 추진체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민영화 수준의 구조개편안을 공청회를 통해 발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해외자원개발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근본적인 검토와 해법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연맹은 다음 달 8일 국회에서 한국석유공사노조와 한국광물자원공사노조, 추미애 국회의원과 함께 ‘국가 해외자원개발의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해외자원개발 진단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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