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 노동자 쥐어짜기가 비상경영 자구책인가?[2020. 7. 29.]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20-08-14 10:44첨부파일
관련링크
본문
노동자 쥐어짜기가 비상경영 자구책인가?
코로나19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노동시장의 불안이 극대화됨에 따라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해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의 7.28 노·사·정 대타협과 대통령의 약속이 하루 만에 민망한 꼴을 당했다. 노·사가 협력하고 정부가 뒷받침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그것도 공기업에서 가장 먼저 부정하고 나선 것은 다분히 비상식적이며 국가정책에 반(反)하는 행위이다. 또한 그 내용을 살펴봐도 이것이 진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인지 아니면, 경영권자의 보신을 위한 보여주기식 졸속 대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늘(29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지난 26일 긴급임원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상경영대책을 확정했다. 해당 대책에는 전 직원 무급휴직과 인원감축, 급여삭감 및 반납을 포함해 복리후생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위기 앞에 최우선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급여와 복지를 줄이겠다는 이제는 민간기업에서도 통용되기 어려운 후진적 발상도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여타 공기업의 위기관리나 비상경영에 대한 학습, 다방면의 자구 방안 마련을 위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마치 인력감축과 급여삭감이 유일한 해결책인양 호도하는 행태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연맹은 이와 같은 한국마사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참담한 무지와 시대착오적 사고를 규탄하며, 노동자를 희생양 삼는 파렴치함에 깊게 분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노동조건의 후퇴를 넘어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정작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전무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을 구하고자 했다면, ‘위기 타개’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상을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일방적 무급휴직 도입이나 급여삭감을 통한 명예퇴직금 지급 같은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늘어놓는 일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건강한 방식이다.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일터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노·사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의 진정어린 공감과 자발적 동의가 결여된 노동자 쥐어짜기는 폐기되어야 할 쓰레기에 다름 아니다.
한국마사회장과 경영진에게 경고한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졸속 비상경영대책을 즉각 폐기하라. 아울러 경영진부터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는 뻔뻔한 대책 대신, 경영위기 극복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실효적인 자구책을 마련해 노동조합과 협의할 것을 엄중히 권고한다. 위기를 악용해 노동자를 절벽으로 내모는 행태는 공공노동자의 저항과 투쟁으로 분쇄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0. 7. 29.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