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 공공노동자의 이 죽음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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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19-02-21 09:00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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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공공노동자의 이 죽음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발전소에서 근무하던 비정규 노동자의 쓸쓸한 죽음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이,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졌다. 지난 1월 14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기관 경영평가를 담당하던 직원이 주 100시간을 넘긴 근로시간과 과중한 업무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또한 같은 달 21일에는 멀리 타국의 발전소 건설현장에 근무하던 한국동서발전 직원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했다. 우리 공공노련 전 조합원은 우리의 조합원이자 동지이며, 가족이었던 두 동지의 죽음에 깊은 슬픔과 참담함을 느끼며 유명을 달리한 두 분의 명복을 빈다.
이렇듯 죽음과 마주하고 있는 것, 언제고 닥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비단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성에 중점을 둬야할 공공기관의 기능과 운영 목표가 효율과 성과에 매몰된 이후, 핵심사업 위주로 조직개편이 요구되었고 비핵심사업 외주화와 함께 기관의 인력감축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공공기관 경영평가까지 맞물리면서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과 평가의 총체적인 문제가 종사자들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가준비기간만 6개월이 소요되는 ‘평가를 위한 평가’, 자율·책임경영을 유도하기는커녕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기관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 경영평가에 대해 우리 연맹은 합리적인 비판과 함께 수차례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요구해 왔으나 매번 묵살되었다. 지금도 고인이 근무했던 경영평가 부서의 종사자들은 상상도 못할 압박감과 업무 강도에 내몰려 있다.
경영평가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그간의 순기능이 각종 부정적인 효과에 잠식되고 부작용과 폐해가 제도의 목적을 변질시키고 있다면,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경영평가의 근본적인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성과중심의 지표를 공공기관 각각의 운영 목적에 맞는 지표로 바꿔야 할 것이며, 고객만족도나 청렴도 등 일관되게 계량하기 어려운 항목도 평가의 공정성과 합목적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표로 과감히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공기관이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 평가 때도 생명과 안전이 제1의 평가기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이상 사람 잡는 경영평가가 아닌 종사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그로 인해 공공기관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더욱 풍성해지고 질적으로 나아지는 경영평가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연맹은 정부가 공공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경영평가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정책기조를 개혁해 성과가 아닌 생명을 중시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길 촉구한다.
또한 지난 2월 17일 언론(SBS)에 보도되었듯이, 인도네시아 현지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와 미온적인 국제공조로 인해 고인에 대한 사망원인이 자살로 왜곡될 위기에 있는 한국동서발전 직원 사망 사건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짐으로써 고인의 죽음에 한 점 억울함이 없도록 각별히 노력해 주길 요청한다. 아울러 금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공공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신변보장 및 인력 증원배치 등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국민의 공복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치열하게 살다 가신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하며, 공공노련 전체 조합원이 한 마음으로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2019. 2. 21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 한국동서발전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