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 발전정비분야 정책개선 요구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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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책1실 작성일18-12-18 21:15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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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발전정비산업 민영화가 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다.
자본의 논리 앞에 사람은 뒷전... 억지 경쟁, 시장개방에 공공성 무너져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스물 넷 앳된 청년이 사망했다. 입사한지 두 달만에,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꿈을 가슴에 묻은 채 석탄가루 속에서 절명한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또 우리의 동료였다.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전KPS에 근무하는 우리 발전노동자 모두는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안전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故김용균 동지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낙심하고 있을 유족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참극을 두고 각계에서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취약한 관리, 구조적으로 왜곡된 고용 실태, 그리고 사회적으로 만연한 안전 불감증 등 젊은 노동자가 왜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 어떻게 해야 이 같은 비극을 멈출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핵심원인이자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할 문제점은 분명하다. 바로 십 수년에 걸친 발전산업의 민영화 정책이다.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터가 더 이상 안전해지지 않은 것도, 어느 순간 함께 일할 동료가 없어진 것도, 장시간을 일해도 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정부의 발전산업 민영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故김용균 동지가 근무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부문과 발전소내 설비, 계측 등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경상정비분야’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재부와 산업부 주도로 민영화가 추진됐다. 마땅한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보유한 민간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공기업들이 민간업체를 육성까지 해가면서 억지경쟁 체계를 만들었고, 정부는 민간자본이 공적영역에 침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뒷받침 했다.
그 결과, 경상정비분야에서 한전의 자회사로서 업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보유한 공기업 한전KPS의 정비물량 점유율은 85%에서 46%까지 곤두박질 쳤고, 그 사이 故人이 근무하던 한국발전기술(KEPS)를 비롯해 총 20여개의 민간기업들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연료·환경설비 분야도 마찬가지다. 1992년부터 해당업무를 전담하던 공기업인 한전산업개발은 그 자체가 민영화 되었으며 시장 점유율도 100%에서 76%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발전산업 민영화, 자유화 정책이 야기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 듯이 참혹했다. 효율성과 이윤이 우선되는 자본의 논리 앞에 사람은 뒷전이 되었고 살기위해 일하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나갔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비용절감이라는 명분하에 철저히 무시됐다. 자본은 공공성을 좀먹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의 생명을 턱밑에서 위협하고 있다.
우리 발전노동자들은 이러한 구조적인 병폐를 타파하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억지 경쟁과 민영화로 인해 비뚤어진 고용형태와 취약해진 근로조건 또한 경쟁폐지와 재공영화를 통해 대폭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 발전분야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하다. 십 수년간 이어져온 민영화 정책 기조의 대전환과 함께 발전정비산업의 민간경쟁 확대정책의 완전한 폐기가 요구된다. 경상정비분야의 경우 난립한 민간업체들과의 억지경쟁 대신 공기업인 한전KPS가 전담하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의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역시 한전의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의 공공기관 전환과 일괄적인 통합이 최선이다. 민간 영역의 노동자들을 해당 업체들이 일괄 승계하는 것은 물론이다.
해당 기업들은 한국전력공사에서 해당 업무만을 위해 설립했던 전문 자회사들이었고, 현재까지도 분야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업무의 통합과 재 공영화는 경상정비와 연료·환경설비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할 것이며 도급과 하청을 거듭하며 추락할 수 밖에 없었던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개선에도 즉각적인 개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번 사고가 공기업의 운영이 효율보다 공공성과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다시 우리에게 주었다”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히 위험·안전분야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각료들에게 주문했다. 이제는 잘못된 발전정비산업의 정책기조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 꼬이고 비틀린 기형적 구조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 발전노동자들은 다시 한번 유명을 달리한 故人의 명복을 빌며,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와 발전산업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8. 12. 18.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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